2016/11/20 21:43

이사준비. 하나. 하루하루


- 사진은 이사온지 얼마 안되서 찍은 것. 2014년 12월.

- 2년간 살던 신림 조그만 원룸도 다다음주 금요일이면 안녕.

- 최근에 집에 있던 날이 없다보니, 드디어 오늘에서야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몸살에 걸렸다. 매주 바빴다. 평일에는 집-회사-(때때로 약속), 주말에는 성가대-일정-약속, 또는 아니면 결혼식을 거쳐 민종총궐기..라던지. 집에 있기는 정말 오랫만이었다. 

11월 초, 다음달의 원룸 계약 만기를 앞두고, 집세를 내면서 집주인에게 회사가 멀리 있어서 인근으로 이사를 가야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고, 그 날 인근에 사는 지인과 집 하나를 계약하고 왔다. 새절역 근처인 그 곳은 지금 사는 곳보다 조망이 그렇게 좋지 않지만, 넓고 바로 뒤에 공원이 었었다. 이후 이삿짐 서비스를 예약하고, 쿠팡에서 새 집에 필요한 가구들을 보았고, 오늘 오후에는 감기로 얼굴이 띵띵 부은채로 이삿짐 상자를 주문하고, 옵션이었던 책상 서랍을 정리했다. 이번 주 플랜에 맞춰서, 나는 하나하나 뜯어내고 마감할 예정이다. 

1년은 있다가 좋은 곳을 알아봐야지 했던 곳이 2년이 되었고, 그렇게 떠난다. 처음 이사할 때 엄마와 엄마 친구는 서울에 와서 이사를 도와줬고, 이사 후, 늦는 통금시간으로 싸웠다. 하지만, 이번에 하는 이사는 부모님 몰래 하는 이사다. 엄마에게는 봄에 이사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렇기에 모든 절차와 준비를 하나하나 내 손으로 해야한다. 짐 싸는 것도, 도착하고 나서 집을 정리하는 것도, 주문해서 올 가구를 조립하거나 배치하는 것도. 모두 나의 몫. 친구가 그랬다. 이사를 하는게 하루가 지나도 끝나지 않는다고. 가구가 딜레이 되면 모든 것이 꼬인다고. (그래서 가구 배송날짜를 잘 체크하라고 했다.)

스물일곱. 나는 스타일도 옛되고, 목소리도, 모든 것이 옛되기에, 철이 없다고 느낀다.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 나는 나 스스로 철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혼자, 아무도 모르게, 이사를 준비하면서. 나는 아주 조금은 1%는 철이 들었다고 느꼈다. 모든 결정을 하기까지는, 누구의 터치도 없이. 혼자 밀고 나갔기에, 이번 이사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

버리고, 정리를 하면서 새로 이사 갈 집을 생각했다. 낮은 패드보단 침대가 놓일 것이고, 계단 등산을 해야하는 6층 지금 집보다는 낮고. 술을 마시고도 등산을 안해도 되는 집이고. 주변에 회사 사람들과 대학교 선배, 지인이 살고 있고. 날이 좋으면 횡단보도를 건너 불광천 산책을 하고 올꺼야. 집이 더럽지 않다면, 언제든지 초대할게. 나. 조금은, 매일매일이 산뜻하고 행복해지길.